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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15:1~20
  • 작성자 신정학
  • 조회수 4
2026-10-01 22:09:09

오늘 나를 찾아온 말씀은 "삼손은 블레셋 사람들이 다스리던 시대에 이십 년 동안 이스라엘의 사사로 있었다.” 이다.

주님의 영이 세차게 내리치자 삼손은 맨 손으로 사자를 찢고, 아스글론 주민 서른 명을 치며, 레히에서 나귀 턱뼈 하나로 블레셋 군사 천 명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그때 모였던 유다 사람 삼천 명은 삼손을 돕기는 커녕 블레셋의 눈치를 보며 오히려 삼손을 결박해 넘겨주려 했다. 삼손은 이전의 사사들(옷니엘, 에훗, 드보라, 기드온, 입다)처럼 군대를 소집해 통솔할 리더십이 없었고, 혼자서 천 명을 쓰러뜨리고도 이스라엘을 블레셋의 압제에서 해방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40년 동안 압제에 길들어 저항할 의지조차 잃어버린 암흑기에, 하나님은 사사답지 못하고 부족한 삼손의 거친 싸움을 통해 블레셋의 철옹성에 균열을 내셨다. 완전한 구원자가 아니었을지라도, 구원의 물꼬를 터뜨리는 역할(=블레셋을 징벌하는 계기를 만드는 역할)이라도 감당할 사람이 주님께 필요했던 것이다.

이 말씀 때문에 떠오른 나의 일상은 목회 현장에서 감당하고 있는 ‘물꼬를 트는 역할’과 내 안의 깊은 한계들이다. 솔직히 나의 담임목사 목회도 삼손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사답지 못한 삼손처럼 목사답지 못한 부족함이 많고, 군대를 소집하여 지휘할 리더십이 없어 혼자 싸우는 삼손처럼 교회를 부흥시키고 이끌어갈 리더십이 부족해 홀로 개인 영성에 매달릴 때가 많다.

코로나 이후 새벽기도회는 모일 성도가 없을 것 같아 카카오톡 매일 묵상 나눔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늘 참여하던 분들만 동참하고 있다. 일대일 양육이나 소그룹 제자훈련은 신청자가 없어 열지 못하고 있고, 올해 성경통독과 묵상세미나 역시 늘 하던 몇 사람만 동참할 것 같아 선뜻 의욕이 나지 않는다. 지난달부터는 매월 마지막 주일 점심식사와 목장모임도 쉬게 되었고, 머지않아 격주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성도들에게 분명한 영적 이유를 설명하고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데, 내게 그런 탁월한 리더십이 부족함을 절감한다. 내 영성 하나 붙들기에도 숨이 가쁜데, 누구를 더 품고 이끌 힘이 있을까 한계가 밀려온다.

그나마 내가 은혜받는 찬양 인도, 내가 은혜받는 설교, 내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묵상과 나눔을 붙들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올바른 목회인가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거대한 군대를 모으지 못해 외로워하던 삼손을 20년 동안이나 사사의 자리에 머물게 하셨다. 하나님은 내 달란트에 맞게, 내게 화려한 조직 관리자가 되라고 요구하시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메말라가는 시대에 성도들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말씀과 묵상의 물꼬를 트는 사람으로 꾸준히 서 있어 주길 바라시지 않을까?

하나님은, 내가 말씀 앞에서 찔림을 받고 은혜에 젖어드는 이 작은 씨름을, 내가 흘려보내는 이 투박한 말씀 나눔을, 촉매제 삼으셔서, 비록 소수의 성도일지라도 그들의 일상에서 하나님의 현존과 역사를 분별해 내는 영적 생명력을 키워가길 원하실 것이다. 목회의 주어는 내 부족한 리더십이 아니라, 오늘도 이 작은 물꼬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다.

하나님 아버지, 거창한 부흥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리더십의 한계 앞에서 홀로 씨름하는 연약한 종을 버리지 않으시고, 여전히 목사의 자리에 머물게 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부족하나 저를, 성도들에게 말씀의 물꼬를 트는 통로로 삼아 주소서. 아버지의 자녀인 우리를 아버지께서 친히 돌보심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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