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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16:1~14
  • 작성자 신정학
  • 조회수 1
2026-10-02 19:50:35

오늘 나를 찾아온 말씀은 "당신의 그 엄청난 힘은 어디서 나오지요?” 이다. 

 

삼손은 빼앗겼다가 죽은 블레셋 아내 때문인지 계속해서 블레셋 여인들을 찾아간다. 가사에 블레셋 창녀의 집에 들어갔지만 주님은 삼손에게 주신 능력을 거두지 않으셨다. 소렉 골짜기에서 블레셋 여인 들릴라를 사랑하여 함께 살 때도 마찬가지다. 나실 사람의 규정도 어기고, 사사로서의 정체성도 망각한 채 혼돈과 공허 속에 표류하는 삼손은, 이런 영적 마비 속에서도 능력만 유지되면 안전하다고 착각한다. 힘의 출처와 목적을 망각한 채 하나님의 영을 근심하게 하는 자의 끝은 자멸이다.

 

들릴라는 삼손의 그 엄청난 힘이 어디서 나와 무엇을 하려는지 모른다. 그 엄청난 힘은 주님의 영이 삼손에게 세차게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손과 삼손이 만나는 여인들의 악행을 통해 블레셋을 치실 계기를 만들려고 주신 힘이다(삿14:4). 비록 삼손은 주님의 영이 근심하시는 일을 행하지만, 주님은 삼손의 일그러짐 속에서도 하실 일을 행하신다.

 

이 말씀 때문에 떠오른 나의 일상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고도 나의 말재주와 억지 논리로 그럴싸하게 상황을 모면하고 상대를 이기려 했던 부끄러운 기억들이다. 가정에서는 아내와 자녀에게 내 허물을 "다 너희를 위한 배려와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했고, 교회에서는 교우들에게 내 미숙한 결정을 "목회적 조치와 방향"이라는 거룩한 언어로 둔갑시키곤 했다.

 

당장은 상황을 빠져나오고 논쟁에서 이긴 것 같지만, 상대의 가슴에는 깊은 멍이 들고 내 영혼에는 무거운 죄책감이 남는다. "그래도 주님은 그런 나를 통해 선한 일을 이루실 것"이라며 내 잘못을 합리화한다면, 상대에게 가하는 2차 영적 폭력일 것이다.

 

삼손의 엄청난 힘이 완력이었다면, 나에게 주신 엄청난 힘은 언어와 논리다. 둘 다 본래 선을 위해 주신 능력이었는데, 삼손은 그 힘을 여인들 앞에서 자기 욕망을 따라 썼고, 나는 그 말의 힘을 가정과 교회에서 내 체면을 지키는 데 썼다.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의 깨달음과 목회적 능력을 주신 것은, 내 잘못을 덮는 방패막이나 상대를 제압하는 칼로 쓰라고 주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 아버지, 제게 살아가고 목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들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능력을 저의 실수와 잘못을 그럴싸하게 덮고 상대를 제압하는 데 사용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이 주신 은사를 제 욕망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는 데 사용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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